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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다는 것은


-법정, 『산방한담』중


잎이 지고 난 나무들은 나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.
가릴 것도 숨길 것도 없는 그대로의 모습.
하늘로 하늘로 가지를 펼치고 있는 나무들은
지극히 선하게 보인다.


꽃이 져야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.
잎이 져버린 뒤 나무들은 비로소 침묵의 세계에 잠긴다.


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
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
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.


조용히 새봄을 준비하다가
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
생명력을 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인다.
산다는 것은
이처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이다.


사진 / 노동동고분, 경주, 2011. 2. 양병주